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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재잘재잘 ♠

연애라는 이름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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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그의 목소리와 눈빛과 환한 미소가 내 안에 들어와 일으키는 기적이다. 존재의 비밀을 누설하는 이 작은 단서들이 우리 가슴에 들어와 버글거리며 번성한다. 나를 연애에 빠트린 당신은 누구인가? 우리가 시인이라면 이렇게 쓸 수 있으리라.

"너는 바다의 딸, 꽃박하의 친사촌이다./ 헤엄치는 사람, 당신 몸은 물처럼 순수하다./ 요리사, 당신의 피는 흙처럼 상쾌하다./ 당신이 하는 모든 건 꽃으로 가득하고, 땅과 함께 풍부하다"

(파블로 네루다,<100편의 사람 소네트>중에서)

바다의 딸, 꽃박하의 친사촌, 헤엄치는 사람, 요리사는 한 사람이다. 연애에 빠진 이들은 한 사람을 가슴에 품고 열병을 앓는다. 이 열병은 지독해서 어떤 약도 듣지 않고 어떤 의사도 처방전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 열병은 땅과 함께 세상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그리고 존재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어서 우리가 이것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당신은 연애를 해봤는가? 연애는 벌통을 차버린 것같이 예기치 않은 존재 사건이다. 갑자기 벌떼가 붕붕거리고 도처에 벌통에서 흘러내린 벌꿀의 달콤한 향기가 진동한다. 연애는 단조롭던 삶에 들이닥친 불꽃이고 폭풍우다. 눈을 감아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의 눈빛이 느껴지고 그의 환한 미소가 보인다. 그의 존재감이 정말 크기에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샴페인을 한 병쯤 들이켠듯 연애의 향기는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킨다. 밤하늘의 별은 벌떼처럼 날개 치고, 장미 정원의 꽃은 일제히 피어나 향기를 터트린다. 밥과 물은 달고, 새와 나비는 우아하게 공중을 난다. 피어나는 꽃과 익어가는 과실 그리고 숲과 바다로 이루어진 세계는 온통 향기롭다. 날마다 만나던 세상은 그전에도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싶을 정도로 아리땁다! 연애는 이렇게 우리를 이 세상의 홀연한 아름다움 앞으로 불러내는 사건이다.

얼마 전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에 다녀왔다. 가파른 언덕의 하얀 큐빅 같은 집들, 푸른 둥근 지붕을 가진 그리스 정교회 성당 그리고 짙푸르게 일렁이는 에게 해(Aegean Sea)! 수많은 여행자가 에게 해의 보속 같은 섬 산토리니를 찾는다. 해 질 무렵이면 산토리니의 서쪽 끝 마을로 여행자가 몰려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크고 붉은 해가 밀랍으로 빚은 듯 녹아내리며 서서히 푸른 에게 해로 빠져들자 하늘도 바다고 붉은빛을 머금는다. 그 휘황한 붉은 마술에 걸린 풍경의 아름다움에 취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찬탄을 하고, 연인들은 가슴 한쪽에서 치미는 감정의 격정을 이기지 못해 포옹하고 키스를 한다.

"당신의 키스는 이슬로 선선해진 과일 송이,/ 나는 당신 옆에서 살며, 땅과 함께 산다."

(파블로 네루다,<100편의 사람 소네트>중에서)

연애는 이 메마른 세상에서 푸른 우물과 아름다움을 찾아 동행하는 것이다. 오직 아름다움을 함께 겪고 행복을 공유하기 위해서! 혼자 그곳을 찾은 나는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을 함께 나누며 행복해하는 그 연인들을 바라보면서 사랑은 연애의 의무이고 행복은 연애의 권리임을 새삼 깨달았다.

연애는 삶이 주는 무상의 선물이자 축복이다. 그 선물을 그 축복을 받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모든 기쁨과 좋은 것은 연애 속에서 그 의미가 더 커지고 또렷해진다. 연애는 사랑 이전의 사랑인데, 이것을 사람으로 숙성시키는 것은 기다림,견딤,이타적 의생이다. 연애는 예찬,환대,돌봄,성숙,여행을 포함한다. 우리는 연애라는 다리를 건너서 사랑이라는 섬으로 간다. 연애에 빠진 사람은 세상의 빛과 풍경이 그 이전과 다르다고 느낀다. 연애에 빠지면 감정이 더 예민해지고 닫혀 있던 오감이 활짝 열린다. 그 때문일까?

세상을 밝히는 빛들은 더 환하고 나무들은 더 푸르고 공기는 더 싱그럽다. 아무렇지도 않은 농담에게도 까르륵 웃고 평소라면 무심히 들어 넘겼을 유행가 한 소절에 주르륵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이렇듯 연애는 생명의 경이와 더불어 세상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연애는 두근거림이고 이상한 열정의 비정상적인 지속이다. 무엇보다도 연애는 생명의 자연스러운 충동이다. 더 많이 연애하라. 이것은 생명의 윤리적 명령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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