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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재잘재잘 ♠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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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도 않은 그 구석에서 달갑지 않은 흔적을 발견했다.
나로서는 이제 다 지웠고 없다고 생각했는데 흔적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로 있었던 것이다.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반복되는 나와 흔적들의 숨바꼭질에 지쳤다.

하나를 지웠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하나가 날 약 올리려는 듯 빼꼼 고개를 내민다.

아무튼 그런 이유없는 숨바꼭질에 열이 받았다.


흔적이라느니 자국이라느니 이러한 단어들은 그냥 찝찝하다.

정말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내음을 풍기니.

그래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말들인데 지금은 마냥 아름답지도 않다.

내가 맡고 싶지 않아도 맡을 수 밖에 없는 그 내음이 날 무던히도 괴롭힌다.


문득,


흔적은 지울 수 있어서 흔적인걸까, 지울 수 없어서 흔적인걸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진짜 뭐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난 흔적을 지워낼 수 있는 걸까 결국엔?

이미 없어진 지워진 자국이 흔적이 되고 어쨌든 그건 어느 형태로는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그게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나도 그렇고 당신 또한 완전한 무(無) 를 바라면서 무던히도 지우려고 한다.
하지만 다 알고 있다. 완전히 지워낼 수 없다는 걸.



다시 돌아가서,

흔적은 지울 수 있어서 흔적인걸까, 지울 수 없어서 흔적인걸까.

흔적은 결코 지울 수 없다. 그래서 흔적은 흔적인거다.

지울 수 없는 그 흔적에 맞서 나는 그걸 애써서 지우려고 하고 끝내 '흔적'도 없이 지워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울 수 없는 그 흔적을 지워내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냐는 거다. 어쩌면 지울 수 없는가 있는가 하는 물음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흔적들이 남아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흔적들을 보면서 기뻐하고 놀라워하는데. 그러니까 애초에 내 첫 물음은 잘못된 것인거다. 그 흔적들이 서서히 지워져가서 하나의 추억이 되기까지의 그 시간들이 아름답지 않았다면 우리가 무수히도 많은 그 흔적들을 바라볼 이유가 없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많은 흔적들처럼 내 흔적들도 그러길 바랄 뿐.

나와 당신사이에 남은 흔적들이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고 떫고 씁쓸하지만

내가 그 흔적들을 갈기갈기 찢어내면서 지워내는지, 아니면 아름다운 내음을 풍기며 여운으로 남는지.

그래서

난,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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