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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재잘재잘 ♠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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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손에

너는 없다

이미 다 자라버린 내 키만큼이나

다 커버린 내 손에

지금

너는 없다.


내 손과 내 키는

점점 커져갔지만

너는

점점 더 작아져만 갔다

작아져버린 너는

그렇게 필통의 한 구석에

쳐 박혀졌다.


하지만

쉽사리 그런 널 버리지 못했던 건

너와 나 사이에 있는

추억의 부스러기 때문이었다.

그 추억의 부스러기를 만지작거리자

네가 말을 걸어왔다.


네 끝이

뭉툭해지고 닳고 닳은 것처럼

나와 내 사람들 사이의

인연의 끈도 닳는다.


인연들 사이의 추억의 부스러기는

점점 더 쌓여만 간다.


내 곁엔

몽당연필 같은 사람이

항상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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