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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들지 않는 겨울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네’ 모두가 잠든모두가 입을 다문모든 것이 꽁꽁 싸 메어진그 겨울,내 곁엔 아무도 없다. 겨울이 되어서야비로소 나는 당신을 마주할 수 있다.겨울이 되어서야비로소나를 당신에게 내비칠 수 있다. 내게 당신이 겨울이 되어도 시들지 않는 사람이었듯당신에게 내가그런 사람일까. 겨울이 되어도 당신의 곁에서 푸를 수 있는시들지 않는 이울지 않는그런 사람이라는 것을당신에게 말하고만 싶다. 나는 당신의 시들지 않는 겨울이다. 더보기
만년필의 심장 만년필의 심장 슥슥슥만년필이 종이에게입맞춤 하는 소리스르륵만년필의 검은 이슬이종이에 스며드는 소리 어떤 이의 손에 쥐어진 만년필은 항상 숨 쉬고 있고그 숨을 멈추지 않으니만년필은 평생 죽지 않았구나 어떤 이의 생각의 이슬이만년필을 타고 흘러촉 끝에서 검은 이슬이 되니만년필의 심장은 평생 죽지 않고 뛰지 않았구나 만년필과 이별한 내 손에다시금 만년필을 쥐어본다 긴 시간동안 만년필을 외면했지만아직도 만년필은 살아있었으리니 콩닥콩닥내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만년필의 심장 소리가 내 귓가에 맴돈다 아직 내 만년필의 잉크가 마르지 않았듯너의 만년필도 그러할 것이니 우리의 만년필의 심장은아직 죽지 않았다 더보기
몽당연필 지금 내 손에너는 없다이미 다 자라버린 내 키만큼이나다 커버린 내 손에지금 너는 없다. 내 손과 내 키는점점 커져갔지만너는 점점 더 작아져만 갔다작아져버린 너는그렇게 필통의 한 구석에쳐 박혀졌다. 하지만쉽사리 그런 널 버리지 못했던 건너와 나 사이에 있는추억의 부스러기 때문이었다.그 추억의 부스러기를 만지작거리자네가 말을 걸어왔다. 네 끝이 뭉툭해지고 닳고 닳은 것처럼나와 내 사람들 사이의인연의 끈도 닳는다. 인연들 사이의 추억의 부스러기는점점 더 쌓여만 간다. 내 곁엔 몽당연필 같은 사람이 항상 있어왔다. 더보기
숨소리 숨소리 째깍째깍. 오늘 밤도 너는 잠들지 않은 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든 것들이 움직이지 않는 그 시간, 그 공간 속에서 오직 너만이 숨을 내쉬고 있다. 그 어떤 소리도 맴돌지 않은 채 고요함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 시간에 오직 너만이 살아있다. 네가 내는 시계 침 소리만이 고요함을 깨어보기라도 하려는 듯 수줍게 울려 퍼지는 있는 이 밤. 째깍째깍. 네가 내는 그 시계 침 소리가 내 단잠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난 그 소리를 싫어하고는 했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누워 스스로 내 귀를 닫을 때면 너의 그 소리는 제멋대로 내 안에 들어왔었다. 노크도 하지 않고서 네 맘대로. ‘항상 내 머리맡 옆에 있는 너지만 너 하나쯤이야 없어도 크게 달라질 것도 크게 불편할 것도.. 더보기
사물에게 말 걸기 - 몽땅 연필 딸깍딸깍. 종이에 무언가를 써내려 가기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펜과 샤프펜슬을 꺼내 든다. 펜의 잉크는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샤프펜슬의 촉에서는 샤프심이 빼꼼 얼굴을 내비쳐야 하지만 샤프심은 자신의 얼굴을 내비쳐주지 않는다.별 일 아니라는 듯 나는 샤프펜슬 안에 샤프심을 채워 넣는다. 다 자라버린 내 손엔 지금 연필은 없다.하지만 내게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겨우 겨우 연필을 손에 쥔 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갔던 그 때가 있었다. 제각각 저마다 다른 크기로 필통 안에서 뒹구는 몽당연필을 떠올릴 때면 나는 자꾸만 시간을 돌리게 된다. 마저 내 손이 다 자라지 않았을 때 내 손에 쥐어져있던 연필이 나를 그 시간으로 자꾸만 데리고 간다. 내 손과 내 키와 내 몸은 점점 더 자라고 더 커져갔지만 내가 쓰던 .. 더보기
사물에게 말 걸기 등(燈) 등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자리. 그 공간에 항상 등은 있다. 그러고는 어둠에 둘러싸인 주변을 바꾸기라도 하려는 듯이 등은 유유히 홀로 자신의 빛을 내뿜는다.등이 있기에 우리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환함을 마주할 수 있다. 등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등에게서 강건함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등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나 또한 등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이들에게 환한 그 무엇을 선물해줄 수 있는, 등이 뿜어내는 그 빛처럼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빛이 되는 사람. 결국에는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전하게 내 빛을 비출 수 있는 사람이 되고만 싶다. 더보기
결국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을 대하는 것에 관해 지레 겁을 먹고 있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남에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겐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려 하지 않으면서 내게는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를 바라는지.내 관점에서 '친하다' 라는 사이까지 가기에 쉽지 않은 편인데 결국은 내가 다 자초한 일이었다. 마냥 다가옴을 기다리기보다 다가가는 사람. 다가가보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