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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지금 내 손에너는 없다이미 다 자라버린 내 키만큼이나다 커버린 내 손에지금 너는 없다. 내 손과 내 키는점점 커져갔지만너는 점점 더 작아져만 갔다작아져버린 너는그렇게 필통의 한 구석에쳐 박혀졌다. 하지만쉽사리 그런 널 버리지 못했던 건너와 나 사이에 있는추억의 부스러기 때문이었다.그 추억의 부스러기를 만지작거리자네가 말을 걸어왔다. 네 끝이 뭉툭해지고 닳고 닳은 것처럼나와 내 사람들 사이의인연의 끈도 닳는다. 인연들 사이의 추억의 부스러기는점점 더 쌓여만 간다. 내 곁엔 몽당연필 같은 사람이 항상 있어왔다. 더보기
숨소리 숨소리 째깍째깍. 오늘 밤도 너는 잠들지 않은 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든 것들이 움직이지 않는 그 시간, 그 공간 속에서 오직 너만이 숨을 내쉬고 있다. 그 어떤 소리도 맴돌지 않은 채 고요함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그 시간에 오직 너만이 살아있다. 네가 내는 시계 침 소리만이 고요함을 깨어보기라도 하려는 듯 수줍게 울려 퍼지는 있는 이 밤. 째깍째깍. 네가 내는 그 시계 침 소리가 내 단잠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난 그 소리를 싫어하고는 했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누워 스스로 내 귀를 닫을 때면 너의 그 소리는 제멋대로 내 안에 들어왔었다. 노크도 하지 않고서 네 맘대로. ‘항상 내 머리맡 옆에 있는 너지만 너 하나쯤이야 없어도 크게 달라질 것도 크게 불편할 것도.. 더보기
사물에게 말 걸기 - 몽땅 연필 딸깍딸깍. 종이에 무언가를 써내려 가기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펜과 샤프펜슬을 꺼내 든다. 펜의 잉크는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샤프펜슬의 촉에서는 샤프심이 빼꼼 얼굴을 내비쳐야 하지만 샤프심은 자신의 얼굴을 내비쳐주지 않는다.별 일 아니라는 듯 나는 샤프펜슬 안에 샤프심을 채워 넣는다. 다 자라버린 내 손엔 지금 연필은 없다.하지만 내게도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겨우 겨우 연필을 손에 쥔 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갔던 그 때가 있었다. 제각각 저마다 다른 크기로 필통 안에서 뒹구는 몽당연필을 떠올릴 때면 나는 자꾸만 시간을 돌리게 된다. 마저 내 손이 다 자라지 않았을 때 내 손에 쥐어져있던 연필이 나를 그 시간으로 자꾸만 데리고 간다. 내 손과 내 키와 내 몸은 점점 더 자라고 더 커져갔지만 내가 쓰던 .. 더보기
사물에게 말 걸기 등(燈) 등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자리. 그 공간에 항상 등은 있다. 그러고는 어둠에 둘러싸인 주변을 바꾸기라도 하려는 듯이 등은 유유히 홀로 자신의 빛을 내뿜는다.등이 있기에 우리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환함을 마주할 수 있다. 등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등에게서 강건함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등을 떠올리며 이런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나 또한 등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이들에게 환한 그 무엇을 선물해줄 수 있는, 등이 뿜어내는 그 빛처럼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빛이 되는 사람. 결국에는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전하게 내 빛을 비출 수 있는 사람이 되고만 싶다. 더보기
결국 언제부턴가 나는 사람을 대하는 것에 관해 지레 겁을 먹고 있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남에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겐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려 하지 않으면서 내게는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를 바라는지.내 관점에서 '친하다' 라는 사이까지 가기에 쉽지 않은 편인데 결국은 내가 다 자초한 일이었다. 마냥 다가옴을 기다리기보다 다가가는 사람. 다가가보자. 더보기